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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의사 면허취소 불가? 의료법 개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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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메디컬투데이/뉴시스 기사입력 2007-07-10  김태형 기자 kth@mdtoday.co.kr ]
 
수면내시경을 받으러 온 여성환자를 상습 성폭행한 의사에 대해 현행 의료법으로는 면허를 취소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료법 재개정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국회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 중 일부가 적극적인 공감을 표시하면서 성폭력 범죄자를 비롯해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해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반면 의사 대표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의사에 대해 회원 자격 박탈이라는 고강도 처벌을 예정하면서도, 정작 의료법 개정을 통한 의사 처벌 강화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통영시 모 의원 원장 H(41)씨는 지난달 27일 여성환자들을 마취시켜 성폭행한 혐의(강간)로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H씨는 지난 5월부터 6월 중순까지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으러 온 20~30대 젊은 여성환자 3명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H씨가 5~6월 성폭행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으나 이전에도 피해자가 더 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실제로 통영성폭력사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H씨의 경우 이미 드러난 3건 외에도 50여건의 성폭행 범죄를 더 저질렀다는 해당 의원 간호사들의 진술이 있는 만큼 피해자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현행 의료법으로는 의사라는 직업을 악용해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H씨에 대해 면허 취소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9일 보건복지부와 국회 복지위 전문위원실에 따르면 현행 의료법상 H씨는 형사처벌은 받겠지만 이로 인한 면허 취소는 할 수 없다.
 
의료법에서 면허 취소가 가능한 경우(65조)는 정신질환자,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 금치산자·한정치산자를 비롯해 형법 233조 등에서 금지하고 있는 허위 진단서·검안서 발급, 사문서 위조, 낙태, 허위진료비 청구, 업무상 비밀누설 등 의료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 집행 중이거나 집행유예 기간인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밖에도 태아 성감별 금지, 면허증 대여, 자격정지 기간 중 의료행위나 3회 이상 자격정지 처분을 받는 경우에도 면허가 취소된다.
 
복지부 의료정책팀 관계자는 "현행 의료법상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면허 취소 규정은 없다"면서 "이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결격 사유를 규정한 8조1항에 '성폭력 범죄' 관련 형법 규정을 새로 추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통영성폭력사건대책위는 성폭력 범죄자도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의료법 제65조를 개정할 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대책위는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의사면허 취소와 함께 통영시 의사협회는 성폭력 재발 방지를 위한 의사윤리강령을 강화,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연2회 이상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비난 여론에 대해 김홍양 경상남도의사회 회장은 9일 "형사처벌과는 별도로 의사회 징계 최고 수위인 '회원 자격 박탈'까지 불사하겠다"고 천명했다.
 
다만 김 회장은 일단 검·경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해당 의사를 의사회 윤리위원회에 출석시켜 진위 여부를 파악한 뒤 징계에 처할 방침이라고 밝혀 실제 처분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사건의 파장이 확산되자 국회 해당 상임위인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도 후속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측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는 어느 직업보다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된다"면서 "통영 사건을 계기로 파렴치범과 같은 보건의료인은 아예 면허를 박탈할 수 있도록 의료법 및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복지위 소속 상당수 의원들도 이같은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무소속 강기정 의원측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경악할만한 일로 의료법 개정 등 후속 대책은 신중하면서도 신속하게 검토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법 개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물리적으로 17대 국회의 남은 의사일정이 많지 않은데다 대선 등 정치 일정에 묻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면허 취소처분이 불가능해진 현행 의료법을 바로 이전 16대 국회에서 개정했다는 점이다.
 
2000년 1월 국회는 형법과 의료법의 이중처벌이 우려된다며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 집행 중이거나 집행유예 기간인 경우'로만 규정돼 있는 의사 면허 취소 규정에 대해 지금처럼 의료관련 법령을 위반할 경우로 한정했다.
 
반면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면허 취소와 성폭력범에 대한 형사처벌을 이중처벌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의료전문 법무법인 해미르 김대일 변호사는 "의료법상 면허 취소와 형법상 금고 이상의 처벌은 엄밀한 의미에서 이중처벌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통영 사건처럼 '치료를 빙자해 범죄 행위를 한 경우'로 한정해 면허 취소 규정을 둔다면 헌법상 직업 수행의 자유도 침해하지도 않으면서 파렴치범에 대한 면허 취소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의료법 개정 목소리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주수호 의사협회 회장은 "의사 대표 단체 입장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라고 밝히면서도, 이같은 면허취소 등 비윤리적인 의사 회원에 대한 징계는 외부(의료법)가 아닌 내부(의사회)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면허 취소를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을 국회 등에서 추진할 경우 반대하겠다는 얘기다.
 
주 회장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의사들도 변호사처럼 면허등록부터 회원 징계권까지 자율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면서 "이것이 허용된다면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의협 윤리위원회의 일부를 외부 인사로 구성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면허 취소 문제를 둘러싼 의료법 개정 문제가 또 한번 의료계의 쟁점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