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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하지도 않은 교재 때문에 신용불량자?

[출처 : 오마이뉴스 2008-10-25  박근영 기자]
 
 
얼마 전, 대학생인 남동생은 '국민채권△△△△'로부터 '신용불량등록 신청 및 민사소송접수' 문서를 받았다.
 
자격증교재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용불량자로 등록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또 민사상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며 확정판결 시 압류처분을 할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동생은 물론 온가족이 적잖이 당황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동생이 대학 새내기였던 2년 전, 수업이 끝나고 한 남자가 강의실로 들어왔다.
 
남자는 교수님의 부탁으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후, 전자상거래관리사 자격증 시험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내책자를 보내주겠다며 학생들의 전화번호와 주소를 받아갔다.
 
그러나 남자는 교수님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며칠 후, 안내책자만 온 것이 아니라 전자상거래 자격증교재와 26만 원가량의 대금 청구서도 함께 왔다.
 
부모님은 동생에게 전후 사정을 듣고 구입할 의사가 없음을 통보하려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고 계약 철회 기간인 14일이 지나서야 회사 쪽에서 전화가 왔다.
 
"학생이 교재를 산다고 해서 보냈으니 교재비를 입금하라"는 것이었다.
 
계약한 사실이 없으니 반송시키겠다고 해도 그쪽에선 막무가내였다.
 
윽박지르고 말도 없이 전화를 끊기까지 했다.
 
교재를 반송시켜 봤지만 되돌아 왔다.
 
그 후 잊을 만하면 3개월에 한 번 꼴로 독촉 전화가 걸려왔다.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몰라 미뤄왔더니 대금은 연체료가 붙어 43만 원이 넘었다.
 
 
 
교재 구입도 안 했는데 26만원 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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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이 받은 '신용불량등록 신청 및 민사소송접수'장 법원에서 정식으로 발부한 소송장이 아니다. 소비자를 겁주려는 의도다.  ⓒ 박근영
 
 
더 이상 사태를 방치할 수 없어서 동생과 함께 문제해결에 나섰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동생과 같은 피해를 입은 학생들이 지역과 학교를 가리지 않고 매우 많았다.
 
피해자들이 모여 만든 인터넷 카페도 있었다.
 
알아보니 이 회사는 '대일정보○○○', '한국○○○○연구원', '에듀○○'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학생들을 상대로 강압적 영업을 벌여왔다.
 
문서를 보낸 '국민채권△△△△'은 우체국에 사서함만 있고 실제 주소와 사무실은 없는 유령회사였다.
 
문서를 수신한 학생이나 학부모를 당황하게 만들어 대금을 지불하게 만들려는 의도였던 셈이다.
 
더 구체적인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소비자보호원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소비자보호원에서도 대학교 신입생을 상대로 한 교재판매 사기가 빈번하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새 학기가 시작하는 때면 피해사례가 급증한다고 했다. 
 
학교선배를 사칭하여 교재 구입을 강요하거나 방송국 혹은 국가기관에서 나와 설문조사를 한다며 주소를 알아내는 등 수법도 다양하다.
 
판매 물품은 주로 어학교재나 잡지, 자격증교재 등 학습교재이며 화장품, 건강식품의 경우도 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영업사원의 상술에 넘어가 충동적으로 물품을 구입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학 신입생은 대부분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구입을 동의해도 계약이 성립되지 않는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는 정확한 대응방법을 모르고 독촉 전화나 문서가 오면 당황하여 대금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업체 측에서도 이러한 점을 노리는 것이다.  
 
 
 
미성년자 구입을 동의해도 계약 성립하지 않아
 
가장 많이 호소하는 피해는 부모 동의 없이 계약이 체결되었음에도 판매자가 계약취소를 해 주지 않는 것이다.
 
현행 민법(제5조)에 의하면 만 20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부모 동의 없이 계약을 체결한 경우 미성년자 본인 또는 부모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계약취소를 요구하면 대금이 일부 지불되었다거나 계약취소 기간이 지났다며 거절하는 사례가 많다.
 
미성년자가 대금을 일부 지불했더라도 부모의 동의, 허락이 없었다면 취소할 수 있고 이미 지불한 대금의 환급도 요구할 수 있다.
 
또 노상·방문판매, 전화 권유판매의 경우 계약취소(청약철회) 기간이 14일이지만 미성년자가 부모동의 없이 체결한 계약은 이 기간이 지났더라도 취소가 가능하다.
 
그러나 부모가 대금을 납부해 주었거나, 계약당시 미성년이었더라도 성년이 되어 1회라도 대금을 납부한 경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한편, 물품을 일부 사용한 경우 부모가 뒤늦게 알게 되어 법적 대응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미성년자가 부모 동의 없이 계약을 했다면 물품을 일부 사용(소비자의 귀책사유 없이 일부 훼손된 경우도 포함)했더라도 취소할 수 있으며, 취소 시에는 현재 있는 상태 그대로(현존이익의 한도 내에서) 반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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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의 계약 취소 시 30% ~ 50%의 위약금을 요구하거나 상당기간 연락이 없다가 과다한 연체이자까지 청구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데, 부모가 동의하지 않은 미성년자 계약에 대해서는 위약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며 3년 이상 대금청구가 없었다면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대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앞서 소개한 동생의 사례처럼 시일이 많이 지났어도 미성년 때 계약은 성립하지 않으며 성인이 된 후, 3년 이내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동생은 성년이 됐지만 3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취소가 법적으로 가능했다. 계약을 취소하고자 할 때는 업체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면 된다.
 
내용증명은 언제, 누구에게, 어떤 내용의 문서를 발송했다는 사실을 보증하는 특수우편제도다.
 
동생의 경우, 상품을 반송하고 "당시에 구입할 의사가 없었다" "미성년이었으며 부모 동의도 없었기에 계약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문서를 3장 작성한 후 우체국을 방문하여 내용증명 우편으로 발송했다.
 
1장은 업체로 발송되고 1장은 증명을 위해 우체국에서 보관하며 나머지 1장은 본인이 갖고 있으면 된다. 내용증명은 한국소비자보호원 홈페이지(www.cpb.or.kr)에서도 작성할 수 있다.
 
내용증명을 보내도 간혹 독촉 전화가 오거나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자상담팀 (02-3460-3000 / www.cpb.or.kr)에 민원접수를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사태 해결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피해를 예방하려면 길거리 설문조사나 무료 테스트에 응하지 않는 것이 좋고 섣불리 인적사항 및 개인정보를 노출시키지 않아야 한다.
 
물품 구입을 강요받는 경우 일단 현장을 벗어나 부모와 상의하여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