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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 → 영어유치원으로 모임 이어져

[출처 : 중앙일보  임미진·김은하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요즘엔 사교육·재테크·육아·쇼핑, 일상 생활 거의 모두가 ‘아줌마 네트워크’의 힘으로 돌아간다. 기업들도 이 네트워크를 무시하면 큰코다친다. 매일유업의 ‘매일 우리아이센터’가 지난달 29일 서울 암사동에서 개최한 ‘임산부 요가교실’에서 임산부들이 요가를 배우고 있다. [강정현 기자]
 
 
 
태어난 지 100일 된 아이를 둔 주부 염은희(31·경기도 성남시)씨는 임신 중인 지난해 10월 ‘아줌마 모임’을 처음 만들었다.
 
유명 인터넷 육아 카페에서 집 근처 임산부들을 접촉해 오프라인 모임을 하며 출산 정보를 나눈 것이다.
 
출산 뒤 들어간 산후조리원에선 보다 본격적인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네댓 명이 매달 한두 번씩 만나 예방접종과 100일 사진 촬영 등을 공동 구매했다.
 
그는 “이번 가을부터 아기 체조 프로그램을 함께 하기로 했다”며 “여럿이 뭉치면 일이 쉽고 가격도 싸서 좋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서초구에서 ‘영어 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59개(지난달 초 기준)다.
 
공립과 사립을 합쳐 58개인 일반 유치원보다 한 개 많은 것이다.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학원비에도 이렇게 영어 유치원이 번성하는 이유에 대해 네 살짜리 딸을 둔 정민아(35·서울 압구정동)씨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 강남에선 아이가 다섯 살이 되면 영어 유치원을 보내야 엄마와 아이가 제대로 된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다고들 하죠.”
 
영어 유치원에서 뭉친 엄마 모임을 기반으로 축구교실·수영교실 같은 다른 유아 사교육 그룹에 낄 수 있고, 이것이 초등학교 사교육 네트워크로 이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재테크 시장에서도 아줌마 네트워크의 힘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의료·소비재·유통업계에서도 아줌마 파워는 막강해지고 있다.


◆트렌드도 만들어낸다=
 
“서울 강남 아줌마들이 몰려다니는 곳을 지켜보면 트렌드가 보입니다.”
 
가톨릭대 김경자(소비자경제학과) 교수의 말이다.
 
대표적인 것이 유아 대상 영어학원과 체육 사교육 시장이다.
 
2002년 월드컵을 전후로 서울 강남 지역에서 붐을 일으키기 시작한 축구교실은 이제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산·분당 등의 신도시로 확대됐다.
 
현재 전국에 문을 연 유아·소아용 축구교실은 학원 형태를 띤 것만 300개를 넘는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김자영(33)씨는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의 초등학교 저학년 남학생치고 주말 축구교실을 하지 않는 아이는 손으로 꼽을 정도”라고 전했다.

네트워크 형성의 핵심으로 부상한 산후조리원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2006년 12월 전국에 294곳이었던 산후조리원은 올 6월 현재 402곳으로 늘었다.
 
2년 전 아이를 낳은 한지영(30)씨는 “친정어머니가 산후 조리를 돕겠다고 했지만 친구를 사귀기 위해 일부러 산후조리원에 들어갔다”며 “이때 친구를 사귀어야 육아·교육 정보를 꾸준히 나눌 수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일부 재력 있는 아줌마들 사이에서는 공동 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
 
수익성이 높은 고가 물건에 투자하면서도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다.
 
올 들어 7월까지 전국 경매법원에서 두 명 이상의 공동 입찰자가 낙찰받은 부동산 물건은 1374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936건)보다 47%나 증가했다.


◆신 아줌마 공동체=교육·재테크 관련 고급 정보가 삼삼오오 모임을 통해 흐른다면 육아·쇼핑 관련 정보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교육·재테크처럼 경쟁적 성격이 없어 누구와 나눠도 부담 없는 정보들이기 때문이다.
 
8월 말 기준으로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개설된 육아 관련 카페는 1만1152개. 2006년(4872개)보다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국내 최대 육아 카페 ‘지후맘의 맘스홀릭’의 하루 방문자는 16만~18만 명, 하루에 올라오는 게시물은 6000~7000건에 이른다.
 
지후맘 운영자인 김경선(32)씨는 “형제자매가 적은 데다 이웃과 왕래도 거의 없는 ‘초보 엄마’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정보뿐 아니라 공감대와 경험을 나누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인터넷상의 아줌마 입소문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한국네슬레 마케팅팀 변윤희 과장은 아줌마닷컴·레몬테라스·미즈맘 등 10여 개 사이트를 매일 최소 한 번씩 체크한다.
 
그는 “인터넷에 아이스커피가 달다는 평이 많기에 올여름 커피믹스에선 설탕을 20%가량 뺐다”고 털어놨다.
 
또 인터넷 커뮤니티엔 공동 마케팅 제안이 끊이지 않는다.
 
아줌마닷컴 황인영 사장은 “사이트를 활용해 체험단을 모집해 달라는 제안을 하루에 두세 건씩 받는다”고 말했다.

자녀를 대학에 보낸 중년 주부들은 경제적 여유와 시간을 고루 갖춘 소비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화장품이나 식품회사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공장 견학 이벤트도 수시로 벌인다.
 
여행업체는 자녀가 장성해 시간 여유가 많은 중년의 아줌마 네트워크를 활용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나투어 광화문지점 서동숙 영업팀장은 “아줌마 모임의 국내외 단체여행 문의가 부쩍 늘어나면서 여행사마다 아줌마 단체엔 추가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며 “이들은 특히 관광 비수기에 일등 손님으로 꼽힌다”고 말했다.